세상 이야기

버스기사 아저씨의 큰 소리

투광등 2006. 6. 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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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생긴 일이다.

버스를 타고가다가 안내방송을 듣고 환승 지점에서 내리기 위해 출구쪽으로 나갔다.
앞에는 먼저 나와서 대기하는 승객들이 있었다. 나는 출구에 먼저 나온 순서대로 서서 기다렸다.

조금 후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앞쪽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한 명 두 명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는 뒷문이 열리지 않았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잠시 뒷문 열어주는 것을 잊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리지 않아 앞쪽 승객들이 못 내리니 나는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차한지 제법 됐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자 할머니 한 분이 화를 참지못하고 운전기사를 향해 소리쳤다.
"이보슈, 기사 양반! 뒷문을 왜 안열어주능겨?"

그러자 기사 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큰소리로 되물었다.
"그럼, 벨을 눌러야지요. 왜 벨을 누르지 않았어요?"

기사 아저씨의 말을 듣자마자 모두 차 안을 둘러보았다.
하차 벨을 누르면 여기저기에 들어와야 할 빨간 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가 머쓱해진 눈치였다. 

 

뒷문에 줄서서 기다리던 승객들 중 단 한 명도 하차벨을 누르지 않았던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누군가가 눌렀겠지 하고 미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먼저 출구로 나간 사람들이 하차벨을 눌렀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상황이었다. 


최근 광고에 나오는 남을 위한 1초의 서비스! 그 중에 하나인 하차벨 대신 눌러주는 것이 생각났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온 버스 하차벨, 그것이 오늘 나를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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