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알프스 산맥을 넘지 못하고 날개를 접었다.
24일 새벽에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G조 마지막 상대인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아쉽게도 2 대 0으로 패하는 바람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후 일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거나 눈물을 흘리며 패배를 애통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쏟아온 시간과 노력, 땀이 결실을 보지 못한 데 대한 상실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밤샘 응원을 펼쳤던 붉은 악마들과 국민들에게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였다. 스위스만 꺾으면 조 1위로 올라 16강은 물론 최소한 8강까지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2002년의 4강 신화를 재연해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방송과 신문 등 도하 언론에서 월드컵 경기 소식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온 나라가 월드컵 축제에 젖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함으로써 낙담과 허탈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 듯 하다.
한국-스위스 전의 주심을 맡았던 엘리손도 주심이 여러 가지 면에서 스위스를 편든 인상이 농후하지만,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는 없다. ‘경기에 지면 심판 탓이고 이기면 선수들이 잘 해서’라는 말이 있다. 이번 스위스 전에서는 실제 심판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 오심 의혹이 짙다. 하지만 우리 태극전사들도 몇 차례 득점 기회를 가졌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리가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승패의 분수령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는 지역예선에서 지난 2002년 월드컵 3위팀인 터키를 꺾고, 우승후보인 프랑스와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다. 스위스는 분명히 한국팀 못지않은 체력과 조직력을 갖춘 강팀이었다. 우리도 그만한 전력을 갖고 있어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감독의 전략, 골운이 따라 주었더라면 이겼을 것이다. 그런데 승리의 여신은 인접국 독일이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스위스 쪽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를 차분히 되돌아보자.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다음 경기는 없다. 아쉽긴 하지만 시계 바늘을 되돌려 스위스와 다시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3일 토고와의 첫 원정 승리와 프랑스와의 무승부로 우리는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만끽하며 월드컵 축제를 즐겼다. 그들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한국 축구를 세계에 알리고, 매 경기마다 열심히 싸워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4년 후 월드컵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
24일 스위스와 경기 전에 광화문에서 응원용 막대풍선을 파는 아가씨들(사진 : 투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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