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의 디즈니랜드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1년 뒤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M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실무차원에서 사업모델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종 합의 때까지 외부에 발표하지 않기로 한 협약에 따라 진행 중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따라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디즈니랜드가 대한민국 수도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디즈니랜드 유치 사업은 이 시장이 취임한 후 외자 유치차원에서 본격 추진한
사업이다. 이 시장은 디즈니랜드를 유치했을 경우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인지, 서울 시민들의 사전 동의는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이 일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협상의 상대방을 고려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전에 서울시가 디즈니랜드를 꼭 유치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장이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디즈니랜드는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1955년 LA의 남동쪽에 위치한 애너하임시에 지은 세계 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테마파크이다. 디즈니 영화의 역사와 미국 개척 역사
등을 담아 어린이와 어른들까지 꿈과 사랑, 모험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대단위 놀이공원이다. 월트디즈니사는 디즈니랜드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실상은 자사의 문화콘텐츠 사업을 홍보하고 상품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소위 '원소스멀티미디어(OSM) '사업의 일환으로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초 목적은 어디에 있든 결과적으로 디즈니랜드가 대성공을 거두게 되자 일본 동경에도 디즈니랜드가 들어서게 됐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도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켜 그 화려함이 동경
디즈니랜드를 능가한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하이에 디즈니랜드를 세우는 방안을 중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주변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서울시가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동남아에서 4번째 도시가 될 것이며, 그 자체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화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오로지 서울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의 거대 자본과 문화콘텐츠를 한국에 홍보해주고, 국내 시장에서 그 소비를 촉진시켜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오늘날은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뿐만 아니라 CT(문화콘텐츠기술)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경쟁하는 시대다. 특히 CT 분야는 한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으로, 외국 문화에 지나치게 치우치다보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문화속국화될 우려가 크다. 월트디즈니사의 디즈니랜드를 서울시에
유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익에 도움이 되기 어렵고, 문화상품 경쟁에서도 국내 산업을 위축시킬 개연성이 농후하다.
서울시가 정말
한류 상품을 동남아와 세계에 확산시키고 그 중심지로서 서울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새로운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것은 월트디즈니를 서울에 가져올
것이 아니라, 디즈니랜드에 버금가는 한류 관련 문화콘텐츠테마파크를 국내 자본으로 짓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것은
내버려두고, 대외 경쟁력이 없게 된 외국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토종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캐릭터 등
국내 문화콘텐츠산업도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우리 것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한국적 종합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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