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지방선거 승리와 박근혜 대표

투광등 2006. 6.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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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표가 진두지휘한 한나라당이 대승을 거두었다.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선거 230곳 중 155곳에서 승리했다.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한나라당은 스스로도 놀랐겠지만, 당 일부에선 부담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당선되고 보니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표 차이가 너무 많이 나 부담스럽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오 당선자에게 늘 겸손할 것을 주문하면서 서울 시정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박 대표는 승리감에 도취하기보다 이럴 때일수록 더 긴장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가 보통 정치인이었다면 기고만장하여 자신의 공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특히 궁지에 몰린 정권과 여당을 향해 ‘국민의 심판’ 운운하며 매몰차게 몰아세웠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런 모습을 애써 경계하는 눈치다. 뭔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는 지난 달 20일 저녁 서울 신촌에서 얼굴에 자상을 입는 충격을 당하고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9일 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제 얼굴에 난 상처보다도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지 걱정”이라며 “저의 피와 상처로 우리나라의 모든 갈등과 상처가 봉합되고 하나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 몇마디에서도 박 대표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한 때 박 대표를 ‘독재자(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맹비난했던 이재오 원내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박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박 대표가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당 대표대행 자격으로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유신 치하에서 박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르며 저항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박 대표의 지도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보스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이다. 돈과 연줄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그는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에게 반대세력의 공격 빌미가 되고 있는 아버지의 독재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한편으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옷을 벗고, 야당 지도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지난 17대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박 대표는 국민 속에서, 당 내에서 지도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그의 목표는 내년 연말에 치러질 대선일 것이다. 우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이달 말 퇴임하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이 경쟁주자로 나설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선에서 연패한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에선 어떤 성적을 거둘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선거 과정에서는 늘 돌출변수가 있고, 이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두 차례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당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권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또 대선에서 2연패의 전철을 끊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 이 글은 사이버정치마당(www.polplaza.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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