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자랑 살면 어떻게 살아! 나는 못살아."
노트북을 보고 있던 아내가 혼잣말로 말했다. 옆을 지나가던 나는 "왜 그래?"하고 물었다. "남편이 돈을 모두 관리하면서 여자가 돈 쓰는 것을 일일이 관리하는데 여자가 어떻게 같이 살아?."하고 아내가 대답했다. 뭔가 싶어서 아내가 보고 있는 노트북을 봤더니, 유명 정신과박사가 진행하는 '부부상담 프로그램'이었다. 아내는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부 이야기를 보고 답답한 나머지 방송에 나온 남자를 언급했던 것이다. 설마 했는데, 나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부부 관계가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그런 식으로 나가면 여자가 직접 돈벌이를 해서 자기 돈 자기가 쓰면 되지 않을까"하고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하고 아내가 대답했다. "그런데, 아내가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도 그 남자가 다 관리하겠다면서 '벌어온 돈 다 내놔'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하고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정말 같이 못살지. 나 같으면 벌써 떨어져 나왔을 거야."라고 아내가 대답했다.
여자가 돈을 못벌고 경제력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개인의 경제력과 자신감, 자존감이 없으면 인생이 피곤하고, 자유로운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런 가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부부상담을 진행한 정신과박사가 어떤 처방을 내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잠시 후, 아내가 "혹시 내가 당신한테 유세하는 것 같애?"하고 물었다. "당신은 유세할 자격이 있지."라고 대답해 줬다. 그러자 "내가 유세한다는 소리네!"하고 찔리듯이 웃었다. "그럼, 조금 유세하는 편이지. 그래도 당신은 우리 집에서 유세 부릴 자격이 충분해!"하고 나는 아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가정에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은, 남편이든 아내든 돈을 벌지 못하는 상대에게 너무 유세하거나 생색을 내지 말아야 한다. 또, 상대의 경제력에 얹혀 사는 사람은 돈을 벌어오는 상대의 유세를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이런 삶이 서로에게 편하고 자신에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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