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고랑치고 게 잡는다'는 말이 있다. 고랑을 청소하면서 게를 잡게 되니 한 번의 일로 두 가지의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흔히 하는 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와 일맥상통한다. 일석이조란 돌 하나를 던져 새 2마리를 잡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 일석삼조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 있었다. 전날 구운 부추전이 냉장고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엌 선반에 남아있길래 이걸 데워서 먹기로 한 것이다. 이걸 다 먹는다면 우선 그릇을 깨끗이 비울 수 있다.
프라이팬을 꺼내 가스불 위에 올렸다. 프라이팬이 데워지기도 전에 옥수수기름을 뿌렸다. 마침 기름병 옆에 북어채가 보여 봉지에서 한 움큼 꺼내 팬 위에 올렸다. 잠시 후, 팬이 뜨거워져 열기가 위로 올라왔다. 이때 부추전을 조금씩 떼서 팬 위에 올렸다.
주방의 찬 공기가 서서히 따뜻해졌다. 프라이팬에서 발생한 열이 주방공기를 데운 것이다. 게다가 몸을 움직였더니 한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아파트는 지은 지 수십 년이나 돼 난방이 부실하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자 집안에도 추위가 찾아왔다. 조끼를 입고 있어야 견딜 수 있다. 부추전과 북어채를 데우면서 조끼를 벗어도 될 만큼 집안 온도가 상승했다. 전을 데우면서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그리고 데운 전과 구운 북어채는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았다. 아들 녀석이 전시 작품을 만드느라 자지 않고 있기에 먹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다. 새벽에 배가 출출했는지 먹겠다고 했다. 뜻밖에 아들 녀석의 새벽참을 만들어 준 셈이 됐다.
아들과 같이 부추전과 북어채를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뜻밖에도 신세대답지 않게 옛날식 음식인 전을 아들이 잘 먹었다. 덕분에 남아있던 전을 모두 다 먹게 되고, 그릇도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주방과 거실이 프라이팬 열기로 따뜻해져 난방효과가 실감 났다. 그러고 보니 일석삼조(一石三鳥)가 아닌가.
덧붙여, 블로그에 '#오블완' 글쓰기 소재를 만들어 주었으니 일석사조(一石四鳥)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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