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결정장애일까

투광등 2024. 11. 1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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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올겨울에는 전기난로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겨울신발도 하나 구입할 생각이다. 해가 갈수록 추위가 더 매서워지는 것 같아서다. 나이 탓일 수 있지만, 태양계의 조화일 수도 있다. 인류의 환경 파괴로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진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부실한 난방을 수년째 경험한 터라 올해는 그대로 겨울을 지낼 자신이 없다. 한겨울 초입도 아닌데, 며칠 전 기온이 좀 떨어졌다고 몸이 후들후들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용 장비를 빨리 준비하라는 신호다.

며칠 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기난로와 겨울용 신발을 검색해 봤다. 종류도 많고 기능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이트에선 프로모션을 하는지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너무 쌌다. 거기다가 수십만 원어치 쿠폰인가를 준다는 메시지가 떴다. 제한시간을 주고 그 시간 내에 일정금액을 구매하는 조건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겨울 신발을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제한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쿠폰을 날리게 됐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앗! 그런데 다시 30분의 추가시간을 주는 것이 아닌가. 추가된 시간 안에 일정금액을 구매하면 수십만 원어치의 쿠폰을 그대로 주겠다는 것이다.

30분의 추가시간을 얻게 되어 여유가 생겼다. 겨울에 신을 신발을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부츠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반 단화 같은 것은 디자인이 너무 튀어 맘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겨우겨우 하나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최소 구매가격이 25,000원이었는데, 제품 할인이 너무 심해서 신발 한 켤레 가격이 10,000원 미만 대였다. 다른 물건을 한두 개 더 구매해야 25,000원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소 구매가를 넘기기 위해 이미 구입하기로 작정한 전기난로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 회사 페이지에서 전기난로 제품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파격적인 할인 상품들만 보이고, 전기난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30분이 거의 지나갔다. 수십만 원어치에 달했던 쿠폰이 모두 사라졌다.

결정장애 때문에 수십만 원의 쿠폰을 눈앞에서 날려버린 걸까? 아니면 작은 것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사는 것이 중요한 걸까? 나는 당연히 후자다. 남들이 나를 결정장애자라고 부르든 말든 프로모션에 현혹되지 말고 마음이 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런데 엄청난 할인가와 개인에게 수십만 원어치의 프로모션을 벌이는 이 쇼핑몰 회사는 믿을 수 있는 회사일까.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중간 광고에 자주 보던 회사 이름이던데 말이다.

(추억의 연탄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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