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군대 간 아들에게

투광등 2020. 3. 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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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훈련소 입소 2주차를 보내는 아들을 격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료 훈련병들과 함께 훈련소 생활에 잘 적응할 것으로 믿지만, 그래도 아빠의 편지가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썼다.


요즘은 IT시대여서, 훈련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편지글을 쓸 수 있었다. ‘인터넷 편지함에 편지글을 올려놓으면, 부대에서 프린트해서 훈련병들에게 전달해주는 모양이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을 비롯해, 그 가족과 친구 등이 보낸 편지글이 수시로 올라왔다

내용을 볼 수 없지만, “사랑하는 아들아” “멋진 아들” “보고싶은 아들등과 같은 제목이 달린 것을 보면, 군대 간 아들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과 애정을 느끼게 한다.

 

편지함에서 아내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벌써 네통이나 썼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던 아들이 없으니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며칠 전, 부대에서 보낸 소포를 받았다. 입대할 때 입고갔던 옷과 신발 등이 들어있었다. 그 속에는 아들이 손으로 쓴 편지도 한장 있었다. 글자가 워낙 꼬불꼬불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는 아들의 글씨를 탓하지 않고, 군생활이 힘들까봐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아들의 신발 속에 또 하나의 메모 편지가 나왔다고 했다. 메모지의 글은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짐작컨대 하나는 부대의 지시로 쓴 편지이고, 다른 하나는 자발적으로 쓴 편지였다. 아내는 그런 차이에는 관심이 없었다. 편지가 두개 왔는데, 하나는 신발에 넣어서 '또, 장난 쳤나' 하는 식이었다. 군대 가기 전 아들은 아내에게 뻥을 가끔 친데다가, 아내는 잘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내는 지난 주말 평소 모르던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자마자 이상한 목소리의 스팸전화인줄 알고 바로 끊었다가, 뒤늦게 아들 목소리 같기도 하다며 어쩔줄 몰라 했단다. 조금 후, 다시 전화가 와서 받으니까, 아들이 맞았다고 했다.

 

엄마, 왜 전화 안받아? 이제 30초 남았어.”

아내는 미안하고 당황하여 30초 동안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들이 몇마디 하고 끊었다는 것이다.

너무 짧게 통화하는 바람에 걱정하는 눈치였는데, 다음날 또 전화가 와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아내는 아들의 소지품과 편지, 전화를 받고, 인터넷 편지함으로 편지글을 쓰면서 걱정을 덜어내고 안도하는 모습이다.

 

부대 홈페이지에는 부대장이 훈련병 부모들에게 보내는 글도 있었다. 

부대에서도 훈련병에게 많이 신경 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옛날과 다르게 요즘 군대는 많이 발전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고, 훈련소 일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고, 짧은 시간이지만 전화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들, 힘 내고,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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