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2016년 11월) 20일 일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시골을 다녀왔다.
전날(19일) 고향에 갔다가 부모님을 뵙고 다음 날 귀경했다.
명절이거나 특별한 가족 경조사가 있지 않았음에도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내려갔다.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 딸과 내신 성적을 올려야 하는 고2 아들이 아무런 이견없이 동행했다.
평소 같았으면 나서지 않았을 텐데 이번엔 만사 제쳐놓고 함께 나섰다.
할아버지가 매우 편찮으시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골집에서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볼지 모를 만큼 병세가 심하시다.
초겨울이라, 해가 짧아져서 어둑해진 밤에 시골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힘든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온 손녀와 손자를 보고 이름을 부르며 "왔나?"라며 웃음을 보이셨다.
딸, 아들도 할아버지의 반기는 웃음에 따라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의 웃음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는 창원 소재 병원에서 급성 암 판정을 받으셨다. 병원에서 한 달여 만에 최종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저녁 시골집에 모인 동생들과 아버지의 병 치료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눴다. 항암 치료를 할 것인지, 항암 치료 대신 여생을 잘 마무리하시도록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대도시의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다시 받아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동생의 남편, 즉 사위들도 이날 저녁 집에 와서 의견을 냈다. 역시 내 동생들처럼 의견이 분분했다.
결론은 치료를 받아보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음날, 20일.
시골의 하늘은 맑았다.
나는 좀 더 고향에 머물고 싶었지만, 딸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학교 기말고사 과제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시골에서 늦게 출발하면 과제물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들은 말은 안 해도 내심 조급해 보이는 듯했다.
아버지가 여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대문 밖까지 나오셨다. 어머니는 "아버지 걱정하지 말고 조심해서 가라"고 하셨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출발했다. 그나마 딸, 아들이 먼 길을 와서 할아버지를 뵙고 가는 것이 내겐 위안이 됐다.
마침 큰 삼촌께서 면사무소 인근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다고 하여 귀경길에 아내와 같이 들렀다. 며칠 전 집에 혼자 계시다가 현기증을 느껴 쓰러지셨다고 했다. 삼촌은 "다음주 화요일 쯤 퇴원하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면서 퇴원할 것이라고 하셨다. 이 병원은 아버지가 "내가 몸을 못 움직이면 거기로 보내달라"는 곳, 즉 요양원이 있는 병원이다.
삼촌 병문안까지 마치고 귀경하는 길.
1박2일 강행군에 걱정 탓인지 피로도가 높아졌다.
휴게소에 자주 들러 생기를 보충하면서 귀경했다.
아내는 손녀, 손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했다.
그래도 "딸, 아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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