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 아들 세명이 2014년 8월 13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나가사키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아내가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 방학 중인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이들은 13일 새벽 4시40분경 집을 나섰다.
아침에 좀체 일어나지 못하는 나는 무슨 일이었는지 아내의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겨우 몸을 추스리고 거실로 나왔더니 아내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도 방에서 작은 짐가방을 들고 나왔다.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잘 갔다 와라"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 아이들과 아내를 배웅했다. 문을 닫고 돌아선 후 미련이 생겨났다. 밖에까지 나가서 보고 올 걸 하고 말이다.
잠시 후 딸이 뭘 놓고 왔는지 되돌아 들어왔다. 내 마음을 안 것일까.
딸을 따라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혔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딸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딸이 타자마자 내려갔다. 난 할 수 없이 4층에서 계단을 따라 1층까지 내려갔다.
1층 현관으로 나서자마자 브레이크 등을 잠시 보이던 아내의 차가 막 출발했다.
아내가 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 사이로 차의 미등이 사라질 때까지 나 혼자 멀뚱히 서 있었다.
그리고 낮에 카톡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잘 도착했나. 즐거운 여행하고 안전에 유의하게." 라고.
그런데 밤 늦게 봐도 답신이 없다. 1명은 본 것 같은데...
아내와 딸, 아들은 지난 연말에도 세명이 일본을 다녀왔다. 그 때는 패키지 여행으로. 어디로 갔는지 기억이 안나다. 나는 그 때도 가족과 함께 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업무상,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가족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없어도 아내가 아이들과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왜 드는 것일까.
사실 그동안 내가 없으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잘 살 것인가 하고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번에 자유여행 가는 걸 보니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내 마음도 편해지는 느낌이다.
아내와 딸, 아들의 이번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비록 아빠는 같이 가지 않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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