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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능을 마치고 자기방에서 두문불출하던 딸이 아내와 같이 11월 30일(토) 상영하는 영화를 같이 보러가자고 했단다. 무슨 영화인지 궁금하여 집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사무실에 나왔다가 밤늦게 귀가해서 아내에게 영화 잘 봤냐고 물어보니 애니메이션 영화였다고 한다. 집사람은 영화 보면서 (관심 없어서) 졸려 죽는 줄 알았다며 무슨 내용인지 별로 기억도 없는 듯 했다. 그럼 딸은 어떤 것 같더냐고 물었더니, 몸을 앞으로 댕겨서 초집중하는데 우스워 죽는 줄 알았다고.. 영화보는데 방해된다고 뒤척이는 소리도 못내게 했다고 했다.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영화 파생상품도 몇개를 샀다고 했다.
엄마와 딸이 그렇게 정 반대의 감상을 하게 만든 애니메이션 제목은 뭘까?
아네가 쪽지같은 띠 하나를 가져다가 내 앞에 놓았다. 소녀 몇명이 그려져 있고, 거기에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라고 적혀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왜 띠가 하나밖에 없냐고 했더니, 집사람은 자기 것은 영화관을 나오면서 버렸다고 했다. 내게 보여주는 띠는 딸이 "잘 보관해 놓으라"고 부탁해서 챙겨놓은 것이라고. 아내는 "구겨지면 (딸이 뭐라고 할테니까) 안된다"면서 신주단지 처럼 여겼다. 실소가 나왔다.
아내는 석달 전인가 오전 7시부터 인터넷 예약한다고 카드를 놓고 가라고 해서 혼쭐났다는 얘기도 꺼냈다.
미대 가겠다면서, 미대입시학원도 안가고 자기 방에서 밥 먹을 때 외에는 나오지도 않는 딸이다. 11월7일 수능시험 마치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엄마랑 같이 첫외출을 한 것이다. 아내 말로는 영화 관람비도 만만치 않았다. 1인당 3만5천원이었다고. 이 영화 수입사에서 매니아들을 위한 한정 상영이라서 비쌌던 모양이다.
집 사람 말에 따르면 예상외로 관객들 중 딸의 또래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 어른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관 자리도 꽉 찼었다고…. 나이 제한도 있었다는데, 딸은 이걸 몰랐을까. 그래서 엄마랑 간 건가. 아내는 딸이 `애니메이션 오타쿠같다`고 슬쩍 한마디 했다.
그래, 수능 이후 보고 싶은 영화보러 엄마랑 같이 외출한 것만해도 아빠는 반가운 일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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