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에서 항상 실패하고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왔다. 모든 잘못을 나의 탓으로 돌리면서 나는 점차 부정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것들이 죄책감으로 변해 내 안에서 맴돌게 되었고, 끝내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버티지 못한 나는 나를 대신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결국 '제니'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그녀는 나의 기억을 가진채 모든 것들을 대신하여 등장한다."
'UNEASY NOISE' 시리즈 전시회를 열면서 손지연 작가가 한 말이다.
손 작가가 그린 캐릭터 제니는 자포자기와 우울, 고뇌, 체념, 대인기피, 불면, 의욕상실, 분노, 공포 등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부정적 감정에 짓눌려 있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는 머리가 몸에서 떨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진 조형물에서는 제니가 나날이 중첩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폭발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할 수 있는 게 그저 숨죽여 우는 것밖에 없었어. 이불로 덮고 귀를 막고 있어도 여전히 무서워 매일 밤 문을 잠그지 않으면 난 갈기갈기 찢어져 버릴 것만 같아."
손 작가는 그 때 그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감정을 글로서, 제니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분출한 듯하다.
"지금의 내가 미워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에 더이상 웃을 수가 없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왜 자꾸 버리고 가는 거야? 내가 그렇게 잘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왜 짜꾸."
"혼자 있기는 싫어. 근데 꽤 익숙해."
오늘날 특히 형제나 자매, 남매 없이 자라는 청소년은 사춘기를 전후하여 '나홀로 성장통'을 겪은 경우가 많다. 김지연 작가의 제니 캐릭터와 텍스트 전시회는 작가의 특별한 상황과 경험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나타날 수 있는 성장통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자학적인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면서, 제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전시회는 2019년 9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한달간 서울 충무로역 '오, 제미동 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