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우체국이 입주한 건물의 2층에는 여대생이 살고 있다.
1년 전 건물주와 입주계약을 할 당시 잠시 잠깐 본 적이 있다. 건물주와 같이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 건물 옆 계단을 내려오는 20대 초반의 여성과 마주친 것이다. 건물주는 자취하는 대학생이라고 일러주었다. 긴 머리를 손질하지 않아 바람에 부풀부풀 날리는 모습으로 지나갔다. 학생이니까 매무새에 별로 신경 안써는 듯 했다. 그녀는 조 감독에게 한치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 건물의 1층에는 세탁소가 있다. 동네 4거리의 한쪽 모퉁이를 차지하여 멀리서도 가게가 잘 보인다. 스마일 우체국은 이 세탁소의 오른쪽에 붙어 있다. 한쪽에서만 보이는 자리이다.
조 감독은 가장 가까운 이웃 가게인 세탁소에 가끔 들렀다.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여겼다. 가게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아저씨와 50대 전후의 아주머니가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조금 친해지다 보니, 세탁소 사장이 “우리 이제 형, 아우 함세.” 하고 말했다.
나름 자존심이 강한 조 감독에게는 썩 내키지 않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싫습니다.’라는 말이 입천장에서 맴돌다가 사라졌다. 대신, “아, 그렇게 하시지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탁소 아저씨가 물었다. “아, 동생! 어떤 가게를 하려고 하는가?”
“아-, 하하~. 지금 컨셉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조 감독은 말을 얼버무렸다. 스마일 우체국을 설명하자면,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10초 이내에 내 사업에 대해 상대방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회사 직원에게 무슨 일 하느냐고 물어봤다는 얘기가 있다. 이 직원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머뭇거리는 사이에, 잡스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 가버렸다. 직원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여 잡스에게 좋은 인상을 줄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빗대어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말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내 사업을 설명할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아주 짧은 시간에 내 사업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세탁소 사장이 물어봤을 때 우물우물하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였다할 지라도 엘리베이터 스피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창업가로서 자세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조 감독은 말을 돌려서 세탁소 아저씨에게 말했다. “이 건물 전체를 완전히 바꾸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세탁소 아저씨가 궁긍즘을 나타냈다.
“세탁소가 훤해지도록 건물의 한면을 완전히 ‘스마일 우체국’ 컨셉으로 단장할 것입니다.”
“동생 덕분에 우리 세탁소가 눈에 틔게 되면 한떡 쏘지.”
아저씨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건물 주인하고 이야기는 다 됐는가? 동생.”
“건물 주인은 벌써 허락했습니다. 제 돈으로 하겠다는데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조 감독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차 있었다.
세탁소 사장은 가끔씩 조 감독을 만나면 “동생, 뭐 좀 도와줄 거 없능가?” 하고 기꺼이 도움을 줄 기세였다.
“네, 괜찮습니다.” 조 감독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해서 피하려고 했다. 조금 도와주고 나중에 생색내는 사람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세탁소 아저씨는 조 감독의 속마음도 모르고 가게 앞에 설치된 조형물을 바라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동생 여기에 못질 좀 바로 해야 겠어. 지나가는 사람 넘어지겠어.”
“어어~, 고맙습니다.”
조 감독은 세탁소 아저씨의 지나친 참견이 내심 싫었지만, 엉겹결에 감사를 표시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