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저녁때라 배가 촐촐했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갔다. 그러고 보니 담배도 몇 개비 남지 않았다. 이왕이면 담배도 사야 할 판이었다.
3개 묶음으로 2개 값을 받는 간식거리를 챙겨 계산대로 갔다.
종업원이 담배 한 갑을 이미 꺼내놓고 있었다. 내가 피는 ‘라일락’ 담배였다.
언젠가 ‘라일락’ 담배에서 “라일락 향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던 그분이다. 고객이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 기억해뒀다가 고객이 주문하지 않아도 미리 챙겨주신 것이다. 황송한 일이다.
애연가를 알아주시니 내심 고맙고, 실소가 났다.
그러나 내 말은 마음속과 다르게 튀어나왔다.
“주문하지 않았는데 담배를 왜 꺼내 주십니까?”
“….” 점원은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리 집 아내가 요즘 담배 끊으라고 채근하는데, 이렇게 피우라고 재촉하시는 건가요?”
“….” 점원은 그냥 웃기만 했다.
점원은 내 말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좀 단호하게 말했다.
“손님이 주문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파시는 것은 강매 아닌가요?”
그제야 점원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강매입니다. 강매 맞지요.”
순순히 강매를 인정하는 점원에게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점원은 내가 준 카드로 어느새 담뱃값을 포함해 계산했다. 그러고선 까만 비닐봉지에 간식거리와 담배를 넣어 주었다.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봉지에서 담배를 꺼내 뜯었다. 찬 기운에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담배를 언제까지 피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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