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캐릭터

상상랜드 '리틀광개토'

투광등 2007. 5. 27.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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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어린이 체험교육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이 있다. 이곳에 크게 걸려있는 간판은 '걸리버테마파크'이다. 그런데 이곳을 걸리버테마파크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환경재생조형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요즘 불리는 이름은 '상상랜드 리틀광개토'이다. 고구려벽화에서 발견된 리틀광개토를 필두로 12가지 곤충(?)을 상징하는 12지곤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상상랜드 리틀광개토 체험온 어린이들.

 

리틀광개토와 12지곤을 창조한 인물은 '스티브환 박사'이다. 스티브환 박사는 설치조형예술가 이환 작가의 자작 별칭이다. 리틀광개토와 12지곤을 탄생시킨 이환 작가는 리틀광개토와 그 일당(?)의 무리 속에서 스티브환 박사로 변신했다. 이환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의 세계가 숨쉬는 곳, 2007년 5월 25일 저녁 나는 이곳에 있었다.

 

50대의 나이에 10대 소년처럼 동심의 세계를 즐기는 인물, 스티브환 박사. 늘 벗처럼 머리에 쓰고 다니는 중절모를 벗으면 파르스름한 빡빡머리가 드러난다. 머리로만 본다면 아마도 스님이거나 보살일 것 같지만, 실제 종교는 기독교라고 한다. 흔히 기인이라는 예술가들은 긴머리이거나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지만, 이 분은 빡빡머리라서 그 정반대다. 그런데 내가 머문 이날은 모자 대신 두건을 썼다. 동심의 세계에서 변신은 자유분방하다.

 

기차카페 옆 숯불 삼겹살 파티, 넘 맛있어요~0·0~…. 

 

이날 이곳을 처음 방문한 손님이 4명 있었다. 모두 한국캐릭터협회 임원 또는 회원사 대표들이다. 이들은 상상랜드 리틀광개토의 상징물 중 하나인 ‘기차 카페(국내 최초로 실제 기차를 옮겨와 내부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옆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살진 반달을 보며 삼겹살과 맥주를 실컷 맛있게 먹고 고물로 가득 찬 보물창고를 견학했다. 스티브환 박사가 이들을 안내하면서 특유의 입담으로 흥을 돋우었다. 특히 박물관 내부의 야간 조명을 받은 각종 고물들은 진귀한 보물로 변신하여 손님들의 넋을 빼놓았다. 더욱이 미니극장에서 ‘애니메이션 리틀광개토’를 상영하면서 스티브환 박사가 북을 둥둥 치며 변사처럼 거침없이 입담을 쏟아내자 손님들은 혼을 잃고 말았다. 40, 50대의 어른들이 스티브환 박사의 마법에 걸려 어린이 마냥 동심에 흠뻑 젖고 만 것이다.

 

많이 드셨수? 남은 게 없네….

  

사실 나는 이번이 6번째쯤 방문이어서 테라스에 남아 달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대신 스티브환 박사의 아름다운 부인으로부터 이환 작가의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스티브환 박사의 부인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20여년 전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올 때 땅을 샀는데 도로를 따라 길쭉하게 난 땅이었다. 뭘 할까 고민했는데, 이 사람(스티브환 박사)이 밤잠을 설치면서 백지에 무언가 스케치를 했다가 지우곤 했다. 어느 날 나에게 “여기에 기차를 가져와야 겠다”고 했다.

당시로선 상상도 못한 일이어서 이 사람이 또 무슨 엉뚱한 일을 하려고 하는구나하고 솔직히 냉소했다. 맨 처음 간 곳이 서울역사였는데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했다. 이곳 저곳 수소문하다가 대전역까지 내려갔다. 6개월쯤 걸려서 운 좋게 버리는 기차를 구할 수 있었다.

그 때는 누구도 그런 폐기된 기차 차량을 구하는 사람이 없어서 싼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요즘은 그걸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매를 붙여 판다고 하더라. 기차는 구했지만 또 문제가 있었다. 운반이 쉽지 않았다. 철도청에서 양평역까지 보내줄테니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양평역에서 이곳으로 옮기는 작업은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3개월이나 걸렸다. 고민 고민한 끝에 헬기로 옮길 수 있었다. 철로공사 인부들을 불러서 실제처럼 레일과 침목을 깔고 기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일부 바퀴 쪽에 땜질을 했다. 실내를 개조해서 의자를 넓게 배치하고 조명도 새로 달아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리고 카페 겸 식당을 냈는데 대박(?)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기차카페’로 알려져 인근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얼마 후 사람들이 와서 앞에 주자장 선 그어놓은 것까지 자로 재어가기도 했다. 임진각에 있는 열차 식당도 이곳을 벤치마킹해 간 것일 것이다.

 

"발상의 전환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스티브환 박사의 기발한 착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20여년 전에 폐기된 기차를 구해 이곳으로 옮겨올 생각을 다하다니. 옆면에 붙어있는 ‘서울-부산’이라는 표식이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경부선 열차였음을 알려주었다. 기차카페에 들어서면 경부선 여행이 시작된다. 열차 타기가 힘들었던 당시, 특실에서 음식과 음료수를 마시며 경부선 철로를 달리는 상상 철도여행을 즐길 수 있게 만든 기차카페는 자연히 인기를 모았던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환 박사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부인을 늘 쪼들리게 만들었다. 10원을 벌면 100원을 쓰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기차카페의 수입이 짭짤해 형편이 풀리겠다 싶었더니 스티브환 박사는 남들이 버리는 고물을 마구 사 모았다. 심지어는 옛날 쌀 찧는 방앗간까지 샀는데, 기계를 이전해 설치하는 비용이 더 들었다. 폐타이어, 마네킹, 자전거, 경운기, 오토바이, 주전자 등등 남들이 버리는 폐자재를 기회 있을 때마다 수집했다. 부인으로선 집주변을 고물 쓰레기 창고로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티브환 박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불발로봇거북이마차를 타보니… 동심이 따로 없네.


스티브환 박사는 부인의 우려반, 기대반의 눈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설치조형미술가’의 근성과 장인정신으로 고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로봇도 만들고, 우주의 별과 달도 만들고, 심지어 불발로봇거북이자동차도 만들었다. 그는 고물 공장 안에서 십수년 동안 고물작품 활동에 혼신을 쏟았다.

 

그리고 그는 2006년 7월 세상밖으로 몇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캐릭터페어에서였다. 서울캐릭터페어에 나온 몇 개의 작품은 곧 상상랜드 리틀광개토의 비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불과 몇 개월 후 리틀광개토는 수도권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상상교육체험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스티브환 박사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일 하나를 크게 저질러 놓고 뭔가를 하기 위해 궁리 중이다.♣

 

 

 

 

 

 

 

 

 

 

 

  

사진사(?)의 작가정신...바지에 흙 묻는 것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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