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금연 프로젝트 - 긴급상황

투광등 2007. 3.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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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남이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아내를 통해서 알게 됐다. 정말 그렇게 끊었다면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나는 뭐란 말인가. 여전히 담배를 끊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금연에 자신이 없다. 하루에 평균 2갑 이상 태우는 흡연가가 하루 아침에 담배를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담배를 한대 물고 있다.

 

오늘 어떤 모임에서 금연 이야기가 나왔다. 벌써 10년째 담배를 끊고 계신분의 얘기다. 자신과 자주 만나면 담배를 끊게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분을 자주 만날 형편이 아니어서 내가 담배를 끊을 기회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하루에 한갑 반 이상을 피우던 그분이 담배를 끊기로 작정하고 벌인 '금연프로젝트'는 특별했다.

 

"내 친구 중에 머리만 어디에 기댔다하면 잠드는 친구가 있어요. TV를 보다가도 벽에 머리가 닿으면 금세 잠이 들어요. 하루는 자정을 넘긴 새벽에 이 친구 집에 전화를 걸었어요. 제수씨가 전화들 받더라구요. 친구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왜 그러냐며 잠자고 있다더군요. 내가 그랬죠. 아주 긴급한 상황입니다. 매우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잠 자는 시간인 줄은 알지만, 나에게 매우 중대한 일이 생겨 친구와 통화를 해야 하겠습니다. 친구 좀 깨워서 바꿔줘요."  

 

잠시 후 잠에서 덜 깬 친구가 수화기를 통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밤중에 깨워서 미안한데, 내가 지금부터 금연하기로 했다."

친구가 되물었다. "야, 그것 때문에 전화했나?"

"그래, 담배 끊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데 너 한테 빨리 알리고 싶어서 전화했다."

"…."

"나, 이제 전화끊는다. 잘 자~!" 하고 그분이 말했다.

 

그 후로 이 분은 담배의 유혹과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놀려댔기 때문이다.

"너 정말 담배 끊은 거냐?"

"담배 끊은 놈은 상종하지 말라는 말 있는 것 알지?"

몇몇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그분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어댈 때는 유혹을 참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때 그 분은 '담배 끊었다'고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괴롭힌 친구와 그 부인을 생각했다고 했다.

 

'여기서 한대를 피우게 되면 금연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친구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공언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 분은 이렇게 자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담배와 아주 담을 쌓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엿한 금연 전도사가 되어 주변 사람들을 한명 두명씩 금연 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단다. 골초 한분을 금연시켰더니 아내 되는 분이 "우리 남편이 담배를 끊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금연은 충격요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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