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꿈에서 엄청난 배추를

투광등 2024. 11. 1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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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꿈을 꿨다. 몇 가지 장면에서 내가 등장했다. 많은 장면이 더 있었는지 모른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이었음을 알았다.  꿈속에서 본 몇 장면을 기억해 냈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먹는 개꿈일 수 있다. 잊어먹지 않기 위해 핸드폰에 문자를 입력했다. 꿈의 줄거리를 기록한 것이다.

먼저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얇은 판때기 하나가 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혼자서 그 판때기를 옮기는 일을 했다. 판때기를 오른쪽 어깨에 둘러메고 이동했다. 이 판때기는 길이가 너무 길어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못 들어가면 옮기는 것이 곤란할 것 같아 잠깐 걱정이 됐다.

우려했던 대로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멀리 둘러가야 했다. 내 나이와 체력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판때기를 쉽게 이동시켰다. 생각했던 것보다 힘을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다음 장면은 바닥재 장판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잘린 잔디가 세워져서 있었다. 궁금해서 맨 바깥쪽 잔디판을 살짝 잡아봤다. 그랬더니 앞으로 넘어지려다, 마침 팔래 줄에 걸렸다. 어릴 적 시골 마당을 가로질러, 빨래를 널기 위해 굵은 철사로 마든 빨랫줄을 연상시켰다.

한 남성이 넘어지려다가 빨랫줄에 걸려 비스듬히 서있는 잔디판을 건드렸다. 그는 그중의 일부를 정사각형으로 떼서 사람들 앞에 내보였다. 이 잔디판에는 키가 큰 세빗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나머지 부분에는 금잔디가 겨우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남성이 잔디판을 해체시킨 것이다. 그러자 내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안도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내가 배추를 씻는 동안 주변사람들이 둘러서서 말없이 일을 하거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래기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배추 한 포기를 들고 와서 다듬은 것이다. 그 배추는 어느새 가마솥처럼 커지더니 곧 삶은 배추처럼 부드러워졌다. '이 배추로 시래기를 만들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움이 들었다. 배추의 몸통을 쓰다듬으면서 늦가을 꿈에서 깼다.

꿈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현실 속에서 꿈은 어떤 암시를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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