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 촬영감독이다.
무리한 스케쥴로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일정에 쫓기고 참고 지내다 병을 키웠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이 끝난 후 의사에게 물었다. "앞으로 영화 활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의사가 말했다. "앞으로 촬영하는 일은 그만 둬야 할 것입니다. 몸에 무리를 주면 안됩니다."
나는 천직으로 알았고, 젊은 날의 꿈을 키워왔던 영화계에서 떠나야하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미웠고, 앞날이 암울해졌다.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와서도 수개월 동안 밤잠을 설치면셔 몸부림쳐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너무 컸던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막막했다.
영화외에는 다른 걸 생각할 여지도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특별히 할 일을 찾지 못하자 도서관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저녁무렵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산 어귀에 이름없는 묘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저기에 누워 계신 분은 어떤 분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강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런 처지나 다름없었다.
지나가는 길이니 인사라도 드리고 가자.
나는 그 묘소 앞으로 가서 숙연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간절히 기도했다.
'뉘신지 모르겠으나 제가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사를 올렸다.
자연스럽게 주문 외듯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뉘신지 모르겠으나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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