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06 독일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이유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예상밖의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8일 새벽에 열린 피파 랭킹 2위와 월드컵 첫출전국인 가나(피파 랭킹 48위)와의 E조 2차전 경기는 흥미를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가나가 우세한 경기를 펼쳐 2 대 0으로 승리했다.
가나와의 대결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체코는 1차전 상대인 미국을 3 대 0으로 완파해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가나가 체코와 축구 전문가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또 체코에게 졌던 미국은 가나를 2대 0으로 누른 이탈리아와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해 파란을 일으켰다. E조는 마지막 3차전 경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어떤 나라가 16강 티켓을 잡을 지 알 수 없는 혼전 양상에 빠져든 것이다. 객관적 전력은 이탈리아와 체코가 우세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최종 승부는 어디로 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새벽 늦게 까지 축구 경기를 시청한데다 일요일이어서 늦게 일어났다. TV를 켜보니 밤새 벌어졌던 월드컵 경기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나가 체코를 이긴 것은 이번 독일 월드컵의 최대 이변이라고 뉴스 해설자가 전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아내가 "가나가 축구를 잘 하는 나라냐?"고 나에게 물었다. 한국이 1차전 상대였던 아프리카의 토고를 2 대 1로 역전승한 뒤 부쩍 월드컵에 관심을 보이는 아내다. 나는 "새벽에 가나와 체코의 경기를 시청했는데 가나 선수들이 참 잘 하더라."며 "가나가 남은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16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나라는 아프리카의 이름없는 나라가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우리 집에 갑자기 화제가 된 것이다.
이 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이 "가나는 초콜렛 이름인데…."하고 말했다. 초콜렛을 좋아하는 녀석은 가나라는 '국가명'보다 '초콜렛 상표'인 가나를 먼저 연상한 것이다. 나와 아내는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5학년인 누나가 "야, 텔레비젼에 나오는 가나는 초콜렛 이름이 아니고 나라 이름이야!"하고 면박을 주었다. 녀석은 누나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히히….' 하고 웃어댔다. 알면서도 일부러 장난 쳤다는 눈치였다.
나는 녀석이 기특해 "야, 아빠가 뽀뽀해줄께."하며 녀석을 끌어안았다. 이 녀석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빠의 뽀뽀다.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녀석은 내 품안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더니 벌써 저만치 뛰어갔다. '나 잡아봐라, 용용 죽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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