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요,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어요!"
2022.11.9(수) 오후 6시 15분경이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 약 20명이 모여 '장대포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었다. 본래는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현안에 대해 주제를 정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데, 항상 6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오늘은 특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장 선생이 어찌하다 군대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 보따리'를 푼 것이다.
주제 이야기가 끝난 후, 장 선생이 "나는 평생 월급을 받아본 일이 없다"며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편하게 산다. 욕심 내지말고 형편에 따라 즐겁게 산다"고 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선생님은 월남전에 참전하신 것으로 아는데, 그 때 월급을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장 선생님은 "그 때 내가 상병 때 30달러, 병장 때 50달러 쯤 받았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면 월급을 많이 받은 것 아니냐?"고 월남 참전수당을 월급으로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누군가가 "서울대 법대에 가셨는데,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에 간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 그 때 월남전 상황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장 선생은 "1967년도에 갔는데 그 때는 월남전 초기라 아주 위험했다. 돈을 쓰면 안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가 결정한 일이라 명령에 따랐다. 조국근대화를 위해 갔다. 나는 월남전 반대 데모도 한 사람이지만 국가에서 정하면 따르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군대 갔다 온 일이다. 나는 월남에서 2가지를 깨우쳤다. 첫째는 '나는 나다'(I am i, I am me.), 두번 째는 '하라, 그러면 이뤄진다'이다. 군대 갔다온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부분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장 선생은 파병 이듬해인 1968년 귀국 후, 자대에 복귀해서 겪은 고엽제 우휴증과 정보부 근무 제안을 받은 이야기까지 털어놨다. 주제와 다른 이야기로 2시간을 훌쩍 넘겨 6시가 지나갔다. 평소같으면 저녁 먹으러 갈 시간였다. 2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있던 터라 일부는 지칠만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장 선생의 군대 이야기를 중간에 끊기 힘든 입장이었다.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다. 이야기의 한 소재가 끝날무렵 앞으로 다가갔다. 선생이 나를 흘낏 쳐다봤다.
"선생님, 오늘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분들, 배도 고플 것 같습니다."
그러자 장 선생은 나와 참석자들, 벽걸이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이 사람이요,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어요."라고 웃으면서 마무리를 했다. "자,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저녁은 내가 살게요."라고 덧붙였다.
2시간여 동안 앉아계셨던 분들이 홀가분한 듯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예비역 대령 출신인 고독환 총장이 제지하고 나섰다.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들어올리면서 "잠시만요, 제가 알려드릴 말이 있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제자리에 다시 앉았다. 고 총장은 "아까 장대포 선생님 말씀 중에 월남전 참전해서 월급을 받으셨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월급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생명수당입니다. 따라서 장 선생님이 '평생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말씀은 유효한 것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장 선생은 "내가요, 월남전에 참전한 덕으로 산다"고 말을 이었다. "나이 들어 고정 수입이 없는데, 월남전 참전수당으로 매달 30여만원을 받는다. 이 나이에 이거 큰돈이다"라고 했다. 말문이 터지자 한동안 또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내가 중간에 또 나서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고 총장이 '월급이 아니라 참전수당'이라는 말만 덧붙이지 않았어도 그 때 마칠 수 있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고 총장은 괜히 말했다싶은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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