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구두방이나 복권을 파는 곳에서 ‘금이빨 삽니다’라는 문구를 가끔 보게 된다.
근래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 지면서 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에서 “금을 미리 사둘 걸!” 하는 소리도 들린다. 정치·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화폐보다 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은(SILVER)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몇 년전 치과에서 금니를 했다가 저절로 빠져 보관 중인 것이 있어서 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동안 금이빨 산다는 가게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요즘 금이 관심을 받는다해서 한 가게에 들러보기로 했다.
복권을 파는 가게 안에 70내 후반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내가 가방에서 금이빨을 꺼내놓자 눈으로 살펴보더니 잠시 기다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잘 다듬어진 직사각형의 검고 작은 돌판 서랍에서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검정색 돌판 위로 내가 가져간 금이빨을 눌러서 선을 그었다. 가늘게 선이 나타났다. 이어서 선 위로 투명한 물약을 뿌렸다. 선이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가게에 보관 중인 다른 금을 내보이며, 이 금은 가짜라며 검정색 돌판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투명한 물약을 뿌리니, 금새 선이 사라졌다. 선이 오래 남아 있는 것은 금이고, 선이 사라지면 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진짜 금인지, 가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가져간 3조각을 모두 돌판에 선을 그어 금인지 확인했다. 투명 액체가 갑자기 쏟아져서, 내가 손으로 막으려고 하자, 할아버지는 손에 닿으면 안된다며 급히 막았다. 액체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할아버니는 휴대용 계산기 크기의 저울같은 물체에 내 이빨 3조각을 올렸다. 글자판에 ‘44’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4만4천원에 살게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방금 ‘44’라는 숫자가 4만4천원이라는 뜻인가요?”고 하고 내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금이빨 3조각을 44,000원에 팔 것인지, 다른 곳을 알아볼 것인지 잠시 고민이 됐다.
“요즘 금값이 비싸진다던데, 4만4천원은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이거 치과에서 꽤 비싸게 맞춘 건대요.”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셨다. 눈길이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금이빨은 12K 정도 될까요. 많이 줄 수가 없어요.” 금값을 더 이상 쳐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는 “혹시 14k 아닌가요?”하고 말했다.
나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이 가격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없었다. 저렴한 것인지 높은 것인지 말이다. 치과에서 맞출 때 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서 4만4천원은 인정할 수 없었다. 형편이 아무리 힘들어도 한번 더 다른 가게의 검증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할아버지 가게를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은방이 보였다. 금은 장식품을 파는 가게였다. 가게 밖에 금이빨을 산다는 안내문구가 전혀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금은방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다.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가게 안쪽에 있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혹시 금이빨 사세요?” 문을 열자마자 내가 물었다.
“네, 삽니다.”
“이거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내가 비닐에 싼 금이빨을 내밀었다.
“이거 금 아닙니다. 금은 누른 색깔인데 이것은 그 색이 아닙니다.”
주인 아저씨는 한번에 금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이 아니라니, 조금 전에 할아버지 한테서 금이 맞다는 것을 확인받고 왔는데 말이다. 내가 비밀봉투에서 금이빨 조각을 꺼내 다시 한번 자세히 봐달라고 했다. 조명빛에 약간은 쇠빛이 돌았지만, 자세히 보면 누른 황금색이 나타났다. 아저씨는 “잠깐만요.”하더니 검정색 돌판을 꺼냈다.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봤던 그런 돌판이었다. 아저씨는 내가 내민 금이빨 하나를 집어들더니 돌판 위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액체를 부었다. 돌판에 그어진 선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아저씨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내가 물었다. “금 맞습니까? 신뢰하는 치과에서 꽤 비싸게 주고 한 건대요.”
“네, 맞습니다.”
“그럼, 얼마나 줄 수 있는 데요?”
“6만원 드리겠습니다.” 아저씨가 6만원으로 가격을 불렀다. 조금 전 할아버지는 4만4천원 불렀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 두 가게가 걸어서 10분도 안걸리는 장소에 있기에, 불과 10분만에 1만6천원이 오른 셈이었다.
나는 “6만5천원에 하자”고 넌지시 제안했다. 아저씨는 “그건 안됩니다”라며 내 표정을 살폈다.
“그럼 62,000원에 하시죠? 하고 수정안을 제시했다.
아저씨는 “안되는데.. ”하면서 서랍을 열었다. 서랍 속에서 5만원권과 1만원권을 챙기셨다. 6만원에다가 2천원을 얹어서 내밀었다. 6만2천원에 금이빨 2개를 판 것이다. 치과에서 괘 비싸게 한 건대, 금은방에서는 치과에 지불한 돈의 10분의 1도 안되었다. 그래도 금은 현금성이 있어서, 쌈짓돈이지만 쓸모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며칠 후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전문적으로 금이빨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곳이 제법 소개되고 있었다. 이들 가게는 금의 무게와 성분, 시세에 맞춰 매입하는 듯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SNS를 통해 공개된 가게들을 찾아가야 겠다. 왜냐하면, 무게가 얼마인지, 금 성분은 몇%가 되는지, 금시세는 얼마 인지를 알려주면서, 매입가를 공정하게 계산해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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