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온이 뚝 떨어져 매우 추웠던 아침, 아들이 가방을 놓고 학교에 갔다. 덩그렇게 거실 옆에 홀로 남은 녀석의 가방을 바라보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졌다.
'녀석은 왜 가방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일까. 평일인데,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다른 실습을 하는 걸까.'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이,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다. 얼굴이 불그스레 상기된 채 헐레벌떡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 너, 왜 돌아왔나?" 하고 물었다.
녀석은 현관에 서서 "내 가방 빨리 줘!" 하고 소리쳤다. 가방을 가지려 돌아온 것이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가방 왜 놓고 갔어?" 하고 내가 물었다.
녀석은 내 말에 짜증난 투로 "빨리 내 가방 갖다줘." 하고 재촉했다.
녀석은 가방 끈을 어깨에 매자마자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녀석, 참….
잠시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봤다. 정상 수업을 하는 날에 가방을 잊어먹고 안가져 갔던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단연코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없었다. 학교와 책가방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녀석은 왜 가방을 놔두고 그냥 맨몸으로 학교에 간 것일까.
세상에 핑계없는 무덤 없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짐작했지만, 저녁에 녀석에게 물었다.
"너, 손 난로에 신경써느라 책가방 챙기는 것 잊어먹었지?"
녀석은 빙그레 웃었다. 그랬다. 손 난로 때문이었던 것이다.
녀석이 자초지종을 말했다.
"손 난로가 뜨거워 호주머니에 넣고 학교에 갔는데, 친구가 이야기 해줬어. 너 가방 안가져 왔느냐고."
아침에 손 난로를 데워달라고 졸라서 펄펄 끓는 물에 데워줬더니 결국 사고가 터진 것이다.
손 난로에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책가방 챙기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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