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병원일기1

투광등 2007. 11. 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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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 입원하기는 처음이다.

여의도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수속은 그냥 되지 않았다.

병원 입원을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병원장이 말했다.

병원장이 아픈 부위를 묻고서는 모두 촬영을 해봐야겠다고 했다.

여의도 병원에서 찍었던 엑스레이와 CT를 똑같이 촬영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중으로 왜 찍는 것이 낭비라며 거부했다. 그랬더니 입원이 안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가장 아픈 부위 몇군데만 찍기로 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5인실의 한 구석에 내 자리가 마련됐다.

바로 옆에는 한달전 작업장 사고로 다리를 다친 분이 목발을 짚고 다녔다.

여기 간호사들이랑 다 예의도 없고 불친절하다며 넋두리를 했다.

바로 옆에 누운 40대 중반의 남자는 모기가 물어서 몰살겠다며 손으로 모기를 잡기도 했다.

간호사가 내 자리에 모포를 가져왔는데,

바닥에 까는 모포는 가장자리와 귀퉁이가 떨어져 너절너절했다.

색깔도 거무틱틱해서 썩 내키지 않았지만 할 수 없었다.

군대에서 단련된 몸이라 그런 정도는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오전 8시에 아침이 배달됐다.

1식 4찬이었다. 밥 한공기와 반찬 3가지, 국 하나가 딸려 있었다.

쇠그릇이 좀 오래된 듯해서 집이나 식당에서 먹는 식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바로 옆 병상에 계신분이 목발을 짚으며 식기를 들고 나갔다.

바로 옆 40대 남자도 식기를 들고 나갔다.

식당 바로 앞까지 식기를 갖다주는 것이었다.

환자가 식기를 날라다주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는 나는 버텼다.

식기를 갖다주지 않고 그냥 놔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나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

침상에 식기그릇을 내버려놓고 있자니 내가 불편했다.

내심 병원의 서비스가 뭐 이러냐면서도 식기를 날라주었다.

 

병원에서 보낼 날들이 아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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