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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의 어느 일요일 오후

투광등 2019. 12.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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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의 어느 일요일 오후



비취색 

가을 가을이 더 없이 맑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여기가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전선이라고 착각하기엔

너무 아름답다.


산들바람에 

가느다랗게 흔들리는

들꽃의 귀여운 재롱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바윗돌 두세 개


그 사이로 방긋 미소 짓는

갈대와 떡갈잎


멀리 두둥실 떠있는

조각구름 하나


지금 심정으론

군인의 위치를 떠나

시인이 되고 싶다.

사색가가 되고 싶다.

화가가 되고 싶다.



<시 낭송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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