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달마선원의 청광스님을 뵙다.

투광등 2006. 4.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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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청이로 태어난 것을 비관하여 10대 초반에

집을 뛰쳐 나와 진주 남강에서 자살을 결심했다던 청광 김용대 화백.

민화를 그리다가 우연한 기회에 현몽을 하여 달마대사 그림으로 유명해진 청광 스님.

청광 선생님은 화백으로, 또 스님으로도 불리는 보기 드문 우리 시대의 인물이다.

 

얼마 전 경남 고성군 개천면에 소재한 달마선원을 찾았다.

달마선원은 선생님이 고향에 세운 절 이름이다.

사찰은 흔히 산 속에 짓는 것이 상례이나 선생님은 고향 마을 입구에 절을 지었다.

선생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달마 대사를 모시기 위한 절이다.

 

선생님이 기거하시는 '달마의 집' 입구, 달마대사를 모신 '달마선원'은 바로 왼쪽에 붙어있다.

 

나는 이번이 3 번째 방문이었다.

그 동안 두 번을 방문했는데, 한 번밖에 만나뵙지 못했다.

미리 전화를 하고 가면 되겠지만, 전화로는 소용이 없다.

선생님을 찾는 전화가 워낙 많이 오기 때문에

선생님이 직접 전화받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안 사람들에게 어디를 간다고 알려주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멀리 나가시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냥 찾아가는 것이 도리다.

 

이런 마음으로 달마선원을 찾아가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선생님이 안 계시면 어떻게 하나? 그냥 절 구경만 하고 올까...

부모님까지 모시고 가는 터라 선생님이 꼭 계셔주기를 기대했다.

 

도로변에서 멀리 달마선원이 보였다.

날씨가 쾌청하여 오래되지 않은 한옥 기와집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마을로 들어서자 곧 달마의 집 앞에 도착했다.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대문에서 선생님의 일을 봐주시는, 안면이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안에 선생님 계십니까?"

"예. 계십니다."

선생님이 계신다는 말에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달마도를 그리시는 선생님, 뒤쪽에 가사를 입은 달마도와 독수리그림, 도자기 등이 보인다.

오른쪽 달마도 옆에 보이는 책꽂이엔 선생님 앞으로 온 수십만통의 편지 중 일부이다. 

 

접견실 겸 화실로 사용하는 안채의 미닫이 문을 열자 선생님이 보였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어서와요!"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시다말고 책상 밖으로 나와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부모님을 소개드렸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서로 큰 절로 첫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을 나와 달마선원을 돌아보았다.

정원은 금잔디와 작은 돌로 아담하게 꾸며졌고,

작은 웅덩이에는 잉어가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뒷채에는 불상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고, 불화도 붙어있있다.

몇년 전 왔을 때는 빈 공간이었던 곳이 많이 채워져 있었다.

다른 방에는 각각의 소원을 담은 천개의 달마상이 천장까지 배치돼있었다.  

뒷뜰에는 다양한 포즈의 돌로 만든 달마상들이 서 있었다.

 

'달마선원' 뒤뜰에 서 있는 달마군상들, 표정이 느긋하고 재미있다.

 

또 한 쪽에는 별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글로 쓰다보니 매우 거창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냥 글로 표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 안을 둘러보고 다시 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은 아까 전에 그리시던 그림을 치워두시고 계셨다.

책상 위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선생님과 마주 앉아 그동안 못했던 인사말을 나누었다.

고성군 세계공룡엑스포 이야기도 하고, 내 책 이야기도 하고,

선생님이 잘 아시는 내 대학 선배 이야기도 했다.

얼마 안 됐는데, 중년의 여성 두 분이 왔다.

선생님이 모르는 처음 온 손님이었다.

아마도 달마그림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구하기 위해서 온 듯했다.

 

이처럼 달마선원은 늘 내방객들로 바쁘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해

그림 그리시는 모습을 디카에 담았다.

선생님은 그림 도구를 다시 꺼내 진지하게 달마 그림을 그리셨다.

그림 그리시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선생님을 도와주시는 아저씨에게 별도로 사진 하나를 부탁했다.

내가 선생님과 함께 화실에 서 있는 모습을....

 

달마선원의 앞마당. 오른쪽 건물 안에 천개의 작은 달마상이 빼곡히 모셔져 있다.

 

그리고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청광 스님은 내게 뭘 꺼내 주셨다.

달마 그림이 새겨진 메달이었다. 방문 기념으로 주시는 거란다.

예전에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다른 것은 색깔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나의 아버지, 어머니께는 직접 달마 메달을 걸어주시며 웃으셨다.

 

선생님은 마당까지 내려와서 배웅해주셨다.

나는 안채 앞에서 부모님과 스님이 함께 선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포즈를 취해주신 스님은 떠나는 우리에게 선물 상자를 내놓으셨다.

달마 그림이 새겨진 전시용 도자기 접시였다.

선생님은 내가 드린 '행군의 아침' 책은 꼭 다 읽어보겠다고 강조하셨다.

 

선생님은 우리가 자리를 떠자 한 걸음에 방으로 달려 들어가셨다.

조금 전에 오신 손님들을 맞으러 가신 것이다.

 

달마대사를 모신 '달마선원'의 대문, 아담한 풍경이다.

 

달마선원의 대문 밖을 나서자 마음이 산뜻했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찾아뵙고, 

여전히 기가 살아숨쉬는 왕성한 필력을 느꼈다.  

달마선원에 가보고 싶다던 어머니의 소원도 풀어드렸다.

아버지도 특별한 외출이어서인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화창한 봄 날씨 처럼 여유롭고 느긋했다.

 

 
 
# 청광스님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아 블로거기자단 뉴스에 올려봅니다.
퍼 가실 때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투광등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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