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라면이 먹고 싶을 때

투광등 2024. 11. 1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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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라면을 먹을 기회가 크게 줄었다. 어쩌다가 라면 생각이 나도 식당에 가서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왠지 사이가 멀어진 음식처럼 됐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20, 30대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한창 일할 때는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라면을 쉽게 먹었다.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 정도는 보조음식으로 보태서 먹기도 했다. 라면은 친구처럼, 애인처럼 늘 가까운 사이였다. 어쩌면 온 국민이 좋아하고 즐기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라면 생각이 별로 없다. 먹거리가 너무 많이 생겨서 배가 부른 탓일 것이다. 배가 부르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러다가 라면이 음식의 세계에서 점차 뒤로 밀려나는 건 아닌지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한다.

나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우리 집 주방 선반 안에는 라면이 수십 개 쌓여있다. 제조사 별로 라면 종류도 4~5가지 된다. 내가 먹지 않아도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먹고 있다는 것이다. 라면 회사들이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나름대로 생존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주방에서 작은 냄비를 꺼냈다. 수돗물을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냉장고에서 떡국을 한 줌 꺼내 냄비에 넣었다. 쌀쌀한 공기에 밤이 깊어져, 갑자기 떡라면이 먹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라면 더미 속에서 면발이 두꺼운 '우동라면'을 골랐다. 봉지를 뜯어 수프를 넣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해 라면을 두 조각으로 쪼개서 넣었다. 추가 반찬으로 멸치와 고추장을 준비했다.

마침내 떡라면이 맛있게 완성됐다. 작은 접시에 면발을 덜어서 후후~ 불면서 먹었다. 고추장을 찍어서 먹는 멸치맛도 좋았다. 라면의 종류는 다르지만, 라면을 먹는 추억은 그대로였다. 그러고 보니 계란 넣는 것을 깜빡했다. 다 먹고 나서 알아차렸다.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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