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병원일기4

투광등 2007. 11. 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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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퇴원했다. 지난 11월 10일 토요일 오후.

 

입원생활은 무척 고역이었다. 무엇보다 낙후된 시설이 몸을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오후 9시 이후 난방을 가동하는데, 난방기가 돌 때마다 소음이 진동했다. 창가의 좁은 베란다에 달아둔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는 난방기 소리보다 더 컸다. 소음 정도가 아니라 굉음기였다. 매일밤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환자가 편히 쉴 수 있어야 하는데, 환자의 심신은 더 피로하기만 했다. 그래서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또 회사에 밀린 업무와 시급한 업무들이 있어서 무작정 병실에 머물 수도 없었다. 보험사와 합의를 먼저 하고 나가라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으나, 합의에 관계없이 퇴원을 해버렸다.

 

그러면서도 병원 추억이 별로 좋지 않아서 기억나는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려 한다. 잘못된 일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던 병실 바로 옆방에는 중고생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환자로 입실해 있었는데, 그 방에는 그 녀석의 친구들이 밤낮으로 들락거리고, 수군거렸다.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한번은 화장실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기에 "몇학년 이냐?"고 물었더니 2학년이란다. 그래 고등학생이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요즘은 고등학생이 담배 피는 거야 일상이겠거니하면서도 눈치를 줬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새벽 1시가 지난 시간에 병실 복도에 몇명이 모여 수군거리기에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참, 황당한 일이었다.

 

한번은 이 녀석들이 병원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어 로비로 나가 의자에 앉아 먹어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왜 화장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냐?"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조용히 먹으면 될 일이지, 그걸 화장실에서 먹어야 한단 말인가.

 

다음날 병원 관계자에게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심야시간에는 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출입을 제한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병원 관계자는 "혼자서 당직을 서기 때문에 일일이 관리를 못하고 있다"면서 "신경을 쓰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공염불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환자는 문병온 여자 애인이 큰 가방에 애완견을 넣어와서 병실 안에 풀어 놓아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내버려 두었다. 환자들이 있는 병실에 애완견이 놀고 있으니, 병실이 애완견 놀이터가 된 듯했다. 여자는 개념이 없는 듯했다. 내가 "병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 여기 환자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저녁에 이 환자는 병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버렸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병실을 옮기게 되자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어 모포와 베게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더니 어떤 간호사가 대답하기를 "그거 직접 가지고 가세요"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전화를 건 이 남자 환자는 "환자보고 모포와 베게를 옮기라니 무슨 병원이 이러냐?"고 항변했다. 내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참, 개념없는 간호사들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들의 서비스 정신 실종은 내가 입원하던 첫날부터 만연돼 있었다. 그들은 타성에 젖어서 전혀 의식을 하지 못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돌보고 간호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막 대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이처럼 타성에 젖은 병원들이 없어져야 된다는 신념에서다.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고 깨우쳐 주지 않으면 내일 또 새로운 환자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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