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시작하며

투광등 2006. 6. 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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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아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살다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또 잊고 지내면서 시간이 꽤 흘렀다.

큰 아이는 딸로 초등학교 5학년이다. 둘째는 사내로 올해 입학했으니 갓 1학년이다.

 

딸은 아빠의 말을 제법 잘 듣는 편인데,

아들놈은 영 그렇지 못하다. 나를 닮아서인지 고집이 무척 세다.

아무리 그래도 아빠를 이기려들면 그게 가능한 일이겠나.

시간이 지나면 더 말을 잘 듣겠지 하고 위안하며 산다.

 

아마도 약 10년 전의 일일 것이다.

딸 애가 겨우 머리를 세우고 앉아서 웃을 수 있는 나이,

아마 2~3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혼자서 아이를 차에 싣고 가까운 처가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 중에 혹시 애가 앞으로 넘어질까봐 어른용인 안전벤트를 겨우 애 가슴에 걸쳤다.

나는 어린 딸 때문에 안전벨트를 찰 수가 없었다.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신호등으로 정차할 때마다 오른 손으로 옆자리에 앉은 애기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잡았다.

 

애 때문에 조심 조심하면서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굽은 길 모퉁이를 돌자 교통순경이 차를 세웠다.

이런 걸 두고 일부에선 함정단속(?)이라고 부른다.  

 

교통사고율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는다며

한 창 안전벨트 단속을 하던 때라 안전벨트 단속이겠지 싶었다.

급히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데 맬 수가 없었다.

정차할 때 애가 앞으로 꼬꾸라지지 않도록 오른 손으로 애를 잡았으니 한 손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오른 쪽 창문은 내리자 교통순경은 아니나 다를까,

나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먼저 살폈다. 조금 후 옆에 탄 어린 애를 쳐다 보았다.

 

"선생님(그냥 듣기 좋으라고 부르는 호칭임), 안전벨트 미착용입니다."

"녜, 알고 있습니다. (벌금이) 얼맙니까?"

"벌점 ○○점에 벌금 ○만원 입니다."

"에구, 요즘 살기 힘든데 싼 걸로 좀 해주세요."

 

나는 안전벨트 미착용이 애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참았다.

경찰도 단속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무작정 봐달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경찰은 몇자 글적거리더니 벌금 딱지를 내밀었다.

지금 기억에 경찰은 정상적으로 안전벨트 미착용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분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벌금받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럴 경우 정말 법적으로 정상 참작이 전혀 안되는 걸까?

 

이 때의 기억이 여전한 것은

아이와 관련된 일화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애들에게는 아직도 살아갈 날이 더 많기 때문에,

또 아빠, 엄마와 보내야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맘대로 잘 안되는 일이지만,

틈틈히 녀석들과의 이야기를 담아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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