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5·31 지방선거의 냉혹한 여당 심판

투광등 2006. 6. 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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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의 결과는 집권당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엿보게 한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텃밭이나 다름없는 전북 한 곳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15개 광역단체장은 야당이 싹쓸이 해갔다. 한나라당이 12곳, 민주당이 2곳,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여당은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또한 230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10%에도 못미치는 겨우 19곳을 건졌다. 이 성적은 원내 의석 11석에 불과한 민주당의 20곳보다 1곳이 뒤지는 성적이다.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볼 때 열린우리당은 제 3당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참담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정동영 의장은 취임 104일만인 1일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거둔 성적은 역대 선거 사상 최악이다. 개혁과 참여정치를 자부해온 노무현 정부로선 믿기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불과 2년 전 총선 때만 해도 거대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을 누르고 대승을 거두었다. 그 때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뭘 잘 해서 표를 몰아주었을까. 열린당은 대선자금문제로 지탄받던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급조한 정당이었으므로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탄핵 역풍'으로 민심을 크게 잃게 되고, 민주당마저 열린당의 분당으로 당세가 위축되면서 반사 이익을 챙겼던 것이다.

그런데 2년만에 국민들은 열린당에 등을 돌렸다. 내실은 별로 없고 말만 난무하는 '구호정치'에 실망이 컸던 것이다. 정동영 의장과 당지도부가 선거 중반 이후에 위기감을 느끼고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열린당의 호소는 메아리없는 외침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광풍 앞에 다 쓰러져 가던 한나라당이 막판에 천막당사를 치고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던 때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그 때 한나라당은 기사회생했지만, 이번에 열린우리당은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국민들은 당시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한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견제 기능을 살리기 위해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게는 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일까. 아마도 지난 2년간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는 것이 아닐까. 특히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선만큼 힘을 실어주기보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하라는 엄중한 명령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의 실패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각종 장미빛 정책과 구호는 무성한데 피부로 느끼는 서민경제는 갈수록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의 성추문사건과 후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금품수수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나라당엔 악재였고, 여당에겐 호재로 보였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중 서울 신촌에서 발생한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야당에겐 호재로, 여당엔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거 분석가들은 이런 것들이 선거의 큰 판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민심은 여당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여당의 이번 참패는 '준비된 참패' 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심이 왜 멀어지고 있는가를 반성하고, 대책을 세웠더라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종합적으로 볼 때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탄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여당 내에서 정계개편론이 솔솔 불고 있다는 점이다.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여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심기일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참회요, 봉사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았다고 당적 갈아타기 등으로 슬쩍 겉옷만 바꿔입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람들은 끝까지 당과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민심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이 글은 사이버정치마당(www.polplaza.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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