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재봉틀로 바느질하는 아들

투광등 2022. 12. 1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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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 퇴근해서 아들의 방문을 노크하고 슬쩍 열어봤다. 나보다 일찍 귀가하는 날이 가뭄에 콩나듯 하는 아들 방에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뜻밖의 광경에 내심 놀랐다. 재봉틀로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였다. 아들에게 방해될까봐 문을 닫았다. 재봉틀은 언제 어디서 구입했을까? 재봉틀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학교의 과제물을 준비하는 걸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보통의 남대생(남자 대학생)이라면, 대학 재학 중 재봉틀을 만질 일이 거의 없다. 나는 평생에 한번도 없는 ㆍ듯 하다. 여대생들도 바느질 정도는 하겠지만 재봉틀을 사용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아들의 방을 들어가보기로 했다. 보기힘든 모습이어서 사진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크를 하고 방문을 열자, 아들은 여전히 재봉틀 앞에서 하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선 사진을 두세장 찍었다. 아빠의 사진 찍는 행위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옆으로 다가가 재봉틀 주변을 살펴봤다. 탁상용 재봉틀이었다. 무슨 바느질을 하는지 물어봤다. 가방이라고 했다. 며칠 전 학교 과제물 준비를 위해 가방을 사러 간다더니, 그 때 사온 가방인 듯 했다. 새가방을 놓고 바느질 할 이유는 없다. 아마도 새가방을 뜯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 듯하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추측일 뿐이다. 나는 아들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는다.

재봉틀은 외가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주신 모양이다.

스스로 방법을 찾고 기획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아들이 든든하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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