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훈련병 아들 3주차

투광등 2020. 3. 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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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입대한 지 어느 새 3주가 지나간다.


30여년 전 최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친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아들이 군대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성숙하고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사회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군대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단체생활의 중요성, 내무반 정리, 인내심,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해야할 일이라면 미루지 않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것, 규칙적인 일과, 그리고 중요한 군사교육훈련 등을 꼽을 수 있다.


군대에서 겪는 병영생활은 자유로운 사회 생활에 비하면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견디고 극복하면서, 더욱 어른스럽게 성장하는 것이다. 나라에서 젊은 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켜주는 것 자체가 혜택일 수 있다. 국방의 의무에 앞서 국가와 국민에게 감사해야할 일이다.


내가 군대갈 때는 복무기간이 30개월이었는데, 요즘은 18개월로 단축됐다. 군인 월급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자세히는 모르지만). 내무반 시설도 좋고, 구타도 없어졌다고 하니, 복무환경이 아주 좋아진 것이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라며 아내는 과거와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여하간 과거에 비하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요즘 코로나19가 확산하여,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정도로 사회의 분위기가 어둡다. 주변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내는 군대 간 아들이 잘못될까봐 거의 매일 걱정스런 표정이다. 아내는 어제도 부대 홈페이지에 온라인 편지를 썼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한번 썼는데, 아내는 여러번 쓴 모양이다. 


“당신이 쓴 글 내가 좀 볼 수 없나?” 

“왜요?” 

“아, 그거 모아서 책으로 내려고.” 

“그런 걸 왜 공개해!” 아내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2020.3.14.토요일 오전. 

아내가 전화를 받으며 좋아했다. 아들한테 온 전화였던 것이다.


무슨 내용을 통화했는지 물어보니, 자대에 배치되면 휴대폰과 책을 소포로 보내달라고 했단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훈련소 수료식 때 가족 면회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족 면회가 허용된다면 바로 전달하면 될 것인데, 가족 면회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료식과 가족면회를 실시해왔는데, 코로나19 전염을 우려해 당분간 민간인 접촉을 차단한 모양이다. 아들이 운 없게 이 기간에 걸린 셈이다. 

수료식은 아직 2주 넘게 남았는데, 미리 알려줘서 나쁠 것은 없다. 


아내는 금주 부대 홈페이지에서 찾았다며 훈련복을 입은 아들의 사진을 매일 보는 듯하다. 부대에서 동기 훈련병들을 단체로 찍은 사진인데, 다들 여유가 좀 있어 보였다. 안경쓴 아들은 집에서 아내에게 보이던, 약간 냉소적이면서도 우쭐해하는 그런 표정이다. 다른 훈련병들은 자세가 거의 똑 바르게 일직선인데, 아들은 고개가 좀 기울었다.



아내는 스마트폰에 담은 이 사진을 확대해 보면서, “우리 아들이 제일 멋있다”고 자랑한다. 나는 그냥 웃고 만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심정은 다 그런 것일까. 특히나 군대 간 아들이니까, 평소 느끼지 못했던 빈자리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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