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 측정 결과를 묻다
이틀째 안과를 갔다.
어제는 잘 몰라 안압이 높다는 사실만 듣도 약 처방을 받았다.
오늘은 안압이 얼마나 높은지 물어볼 수 있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안압의 정상 수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안압 측정을 한 간호사에게 결과를 물었다.
"어떻습니까?"
"아주 높게 나왔는데요."
"수치가 얼마나 나왔는데요?"
"27, 31 나왔습니다."
정상 수치는 10~20사이라는데 정상을 넘어선 것이다.
"왼쪽 눈이 31인가요?" 어제 왼쪽 눈의 시야가 많이 흐렸기 때문에 당연히 왼쪽눈이 높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녜, 왼쪽이 31 나왔습니다." 역시 왼쪽눈이 심했다.
그런데 오른쪽 눈은 별로 느낌을 모르겠는데 27이나 나온 것이 의아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어제는 오른쪽이 얼마나 나왔는가요?"
간호사는 기억력이 좋은 것인지, 차트를 보지 않고 즉각 대답했다.
"17 나왔습니다."
"그럼, 정상이었네요?"
"녜." 간호사가 가단히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은 27이나 나왔네요." 하고 내가 말했다. 그래서 왼쪽 눈은 어제 측정 때 얼마나 나왔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면 왼쪽눈은 얼마나 나왔나요?"
"수치가 안나왔습니다."라고 간호사가 대답했다. 수치가 안나왔다면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가늠이 안됐다.
그래서 또 물었다.
"그럼, 기계(안압측정기)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 수치는 얼마입니까?"
나의 양쪽 눈의 신경세포 검사를 마친 의사가 끼어들어 대답했다.
"40입니다."
"그럼, 어제 왼쪽 눈 상태는 40을 넘어섰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의사가 대답했다.
의사는 나에게 "통증이 없느냐?"고 물었다.
"신경세포는 손상되지 않았는데, 수치가 그 정도 높으면 매우 아플텐데요?"
"아프지는 않습니다."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잘 참아 내시나 봐요?"하고 물었다.
"별로 아프지 않습니다."하고 재차 대답했다.
수치가 높게 나온 상태라면, 내가 많이 아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하니 의사는 이해가 안된다는 눈치였다. 내가 고통을 잘 참는 스타일이든가, 아니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나의 궁금증은 통증 여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오른쪽 눈은 어제 정상이었는데 오늘은 수치가 비정상으로 왜 많이 올라간 걸까요? 약도 먹었는데요. 왼쪽눈은 40을 초과했다가 31로 떨어졌는데 말이죠."
"그게 잘 이해가 안됩니다." 의사가 말했다.
환자가 이해가 안돼서 물었는데 의사도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기계가 고장이 아닐까요?" 기계도 가끔 오작동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기계가 고장이면, 다른 환자들은 어떻게 측정하죠?" 의사가 대답했다.
"그러면 혹시 제 왼쪽 눈의 높은 안압수치가 오른쪽 눈으로 전염된 걸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요." 의사의 대답이었다.
의사는 약 처방을 해 주었다.
어제는 하루 3번, 식후에 복용하라고 했는데 오늘은 하루 4번 복용하라고 했다. 약의 강도가 어제보다 좀 높아졌다.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이라고 3일치 처방을 내리고, 월요일 오란다.
약 성분에 이뇨작용이 있으므로, 약 복용 기간 동안에는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몸에서 수분이 평소보다 많이 빠져 나가므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이 부족하면 전해질이 부족해진다고.
카운터에서 비용을 처리했다. 7,200원 나왔다.
계산을 하면서 간호사에게 물었다.
"안압이 높아지는 원인이 뭐죠?"
"피로, 스트레스.. 그런.." 별로 도움되지 않는 답이었다.
"그렇죠" 나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간호사가 몇마디 했다.
"(안과에서)치료해도 호전이 안되면 큰 병원에 가보셔야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비용이얼마 안되므로 몇 번까지는 (안과 치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괜 찮아요."
약국에 들렀더니, 약사가 약봉지 3개에 '취침전'이라고 친절히 적어주었다.
내가 왜 적었느냐고 물었더니 "잊지 말고 먹으라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