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식용유와 불

투광등 2015. 11.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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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잠결에 아내가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여보, 불났어!"하고 소리쳤다. 긴장한 목소리였다.

갑자기 웬 불인가 싶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방문을 열고 나갔다. 주방에 아내와 아들이 나와 있었다.

가스렌지 위에 올려진 냄비 속에 불이 붙어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꽃이 족히 30cm이상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스렌지 위 천장에 불이 붙으면 위험할 것 같았다.

 

냄비 손잡이를 잡고 냄비 속을 향해 입으로 바람을 휘익 불어보았다. 불이 꺼지기는커녕 불꽃이 냄비 밖으로 확 퍼져 나갔다. 자칫 불이 선반에 옮겨붙을 수도 있었다. 입으로 끌 수 있는 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물을 떠서 냄비에 쏟아부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다면 불이 꺼지긴 하겠지만 사방에 뜨거운 물방울이 튕겨져 주변이 아수라장이 될지도 몰랐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옆 개수대로 옮겨 처리하기로 했다. 개수대는 철판이라 불이 붙을 염려가 없어 보였다. 불이 타고 있는 냄비의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잡고 그 상태로 개수대 안으로 냄비를 엎었다. 그러자 불은 순식간에 꺼졌다. 개수대에 물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불을 끈 것이다. 가끔 후라이팬에 불이 붙는 경우는 봤어도 깊이가 제법 있는 냄비에 불이 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요일 아침에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요리를 하기 위해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잠시 딴 짓을 한 모양이다. 카톡으로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에 냄비가 뜨거워져 식용유에 불이 붙었던 모양이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불이 붙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대로 시간이 좀 더 지체됐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내는 가끔 식용유를 가스렌지 옆에 두기도 했다. 요리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식용유를 가스렌지 옆에 두지 않을 것이다. 식용유에 불이 붙으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식용유로 요리할 때는 잠시라도 한눈 팔지말고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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