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스님의 시주 방법
2008년 10월 어느 날, 타이베이의 한 야시장에서 젊은 스님이 무예(?)를 펼쳤다. 웃통을 벗은 그는 근육을 뽐내며 대중 앞에 서 있었다. 대중들은 그가 빨리 뭔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듯했다. 그곳을 지나다가 우리 일행도 멈춰섰다. 스님은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보통 사람의 키보다 지름이 긴 훌라후프 모양의 쇠가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스님은 뭔가를 하려다 관람객들을 쭉 훑어보고 멈추곤 했다. 관람객(?)이 적어서 일까.
스님이 녹음기를 켰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제 뭔가를 하려나 보다. 그는 사람들이 비워놓은 광장 한 가운데로 나와서 섰다. 손에는 매우 큰 구슬이 들려 있었다. 소위 구슬 공연이 시작됐다. 정신 집중을 위한 몸풀기였다. 구슬 공연이 끝자자 광장 바닥의 한 쪽에 기름 같은 것을 부었다. 거기에 라이터로 불을 켜자 바닥에 불이 붙었다. 스님은 솜 뭉치가 달린 2개의 쇠막대기를 가져와서 솜 뭉치에 불을 붙였다. 그 쇠막대기를 들고 일어선 그는 아래 위로 힘차게 돌렸다. 그러다가 어깨 뒤로 불이 붙은 솜을 갖다대서 죽 밀었다. 마치 목욕 타올을 밀듯이.
이 공연이 끝나자 그는 박스 한 개를 광장 가운데에 갖다놨다. 거기에는 지폐와 동전이 들어있었다. 시주를 받겠다는 뜻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지폐 하나를 들고 뛰어가서 거기에 넣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 둘 달려가서 시주를 했다. 사람들이 더 시주를 하지 않자 스님은 돈이 든 박스를 한 쪽으로 옮겼다. 이제 공연이 끝난 것일까. 그런데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뭔가 또 있는 것일까. 우리 일행도 또하나의 공연을 기대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한 10분쯤 지나자 스님이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녹음기를 켠 것이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좀 전에 했던 구슬 공연을 시작했다. 음악이 그치자 구슬을 제자리에 갖다놓고 쇠로 된 훌라후프를 들고 광장 가운데로 나왔다. 저걸 돌리는 것일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손으로 잡고 바닥에가 돌렸다. 훌라후프가 혼자서 빙빙 돌았다. 훌라후프가 넘어지려하자 스님은 그것을 양 손으로 잡고 두 발을 안쪽에 넣었다. 그대로 돌기 시작했다. 마침내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