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종이접기를 몰라
투광등
2008. 8. 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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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방학기간인 요즘도 종이접기에 심취해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이것 저것 어려운 것들만 골라 하루 종일 접는다.
한번은 나에게 물었다.
"내가 뭐 접고 있는 것 같애?"
내가 말했다. "괴물 아니야?"
"아니." 하고 아들이 말했다.
"그럼, 공룡이야?"하고 내가 물었다.
아들은 또 "아니."하고 말했다.
나는 한두 번 더 독수리 등 다른 동물의 이름을 대다가 포기하고 말했다.
이상한 모양의 동물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 녀석의 행태로 봐서 내가 맞힐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아들은 내가 대답이 없자 "이거 모르겠어?"하고 또 물었다.
"그래, 모르겠다."
아들은 "정말 몰라?"하고 물었다.
나는 "그래, 정말 몰라."하고 대답했다.
아들은 "그럼, 가르쳐줄까?"하고 말했다.
이쯤해서 나는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른다는데도 녀석이 고분고분하게 말하는 것이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그래, 그게 뭐야?"
녀석이 말했다.
"이거, 내가 종이접기 하는 거야."
나는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종이접기하는 줄 몰라."하고 되물었다.
아들은 접든 종이를 치켜들며, "이거 종이라구, 종이 접는 거라구. 종이 몰라?"하고 말했다.
가끔 코메디 프로에서 말장난으로 웃기긴 하지만,
정작 초등생 아들한테 당하고 보니 싱거운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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