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이야기
아침 식사시간이었다.
토요일, 오랜만에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아내는 쉬는 날이다.
아들이 밥먹다말구 아내를 보고 "엄마, 내 딱지 생겼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그런 아들을 쳐다보며 "공짜로 얻었어?"하고 물었다.
그 소리에 내가 "누가 공짜로 줘. 땄겠지."하고 아내의 말에 반론을 제기했다.
아내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고 "그럼 샀어?"하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들은 "아니야~."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 녀석, 아니긴 뭐가 아니야, 샀겠지."하고 자신있는 투로 말했다.
아들은 "산 거 아니라구, 내 딱지 생겼다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의 얼굴 표정을 보니 약간 삐친 듯했다.
뭔가 불만이 가득 담긴 인상이다.
아내는 "이노무 자식, 어디다가 목소리를 높혀?" 하고 아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들은 딱지 광이다. 용돈이 생기면 한 때 딱지를 사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보통 크기보다 3~4배나 큰 딱지를 뽑았다고 자랑도 했다.
바로 다음날 학교 가서 자기보다 한 학년 높은 4학년 형에게 큰 딱지를 잃었다고 집에와서 온종일 시무룩한 인상을 보였던 아들이다. 4학년 형이 반칙해서 따갔다고 구시렁거렸다.
한동안은 늦게 귀가한 나에게 같이 딱지를 치자고 조르기도 했다.
엄마와 누나는 상대가 안되다보니까 나를 선택한 것이다.
시골 가서는 할아버지를 졸라 딱지를 쳤던 놈이다.
이런 아들 녀석이 딱지 생겼다고 하니 아내와 나는 당연히 놀이하는 딱지를 생각했던 것이다.
아들의 표정은 어느새 엄마, 아빠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변해있었다.
아들은 참다 못한 듯 "내 다리에 딱지 생겼다구."하고 말했다.
그제서야 아내와 나는 아들이 말한 딱지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딱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 전 아들의 무릎에 난 생채기가 아물었던 모양이다.
아들은 무릎을 의자에 들어올려 반창고를 떼어 아문 상처를 보여주었다.
아들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화를 냈던 아내는 웃음보를 터트렸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 엉뚱한 생각에 아들을 다그쳤던 것이 머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