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군대 야그

우리 아들 군대 가는 날

투광등 2006. 3. 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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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의 아침 블로그 주인장 주] 아래 글은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낸 '無相(무상의 세상만사 새옹지마)'님이 쓰신 글을 양해를 구해 옮겨온 것입니다. 따로 스크랩하시거나 트랙백을 원하시는 분은 글 맨 아래 이 글이 트랙백한 원글 보기가셔서 無相님의 양해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2006년 2월 21일, 저의 큰 아들 지훈이가 육군에 입대하는 날입니다. 춘천에 있는 102 보충대로 입소하는데 첫아들의 군입대라 하루 휴가를 내고 직접 데려다 줄려고 합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친 뒤 휴학계를 내고 지원을 하는 것인데 이날 입대하라는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누구나 대한민국의 男兒라면 응당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2년동안 애가 고생할 걸 생각하면 부모로서 마음이 안스럽습니다. 저 역시 군생활 3년을 강원도 홍천에 있는 11사단에서 했었습니다만 아들 또한 강원도에 군생활을 해야 할 입장이 되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군에 가는 저의 아들 지훈이의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습

 

예전 우리들이 군생활 할 때는 구타도 심했었고, 기합도 무척 심하게 받았었지만 오히려 그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별탈없이 군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애들이 덩치만 컸지 체력과 정신력에 있어서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져 있는데다 군기마져 해이해져 잦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다 보니 그게 조금 걱정입니다.

 

박정희 前 대통령 시절에서 노태우 前 대통령 시절까지는 군부출신들이 정권을 장악하다 보니 군생활 자체는 지금보다 어려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기 하나 만큼은 확고하게 확립되어 있어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은 거의 예를 찾아보기 힘들었었는데, 요즘은 정치인들과 사회 각계에서 군의 기강을 뒤흔들다 보니 군의 사기가 저하되어 오히려 사고는 더욱 잦아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프로필에 나와있는 제 동생 지성이와 함께...

 

군이란 조직은 사회의 여타 조직과 달리 군기가 생명이나 다름 없다 여겨집니다. 군인은 전쟁을 대비해 존재하는 조직이니 만큼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조직입니다. 총탄과 포탄이 빚발치는 전장터에서 상관이 '명령 앞으로!' 하면 스스럼없이 앞으로 내달려야 하는 게 군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병들 행태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네들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상관이 '돌격 앞으로!' 하고 명령했을 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 앞으로 진군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의구심이 생깁니다.

 

요즘 고관들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병역을 기피한 사례들이 밝혀져 세인들의 지탄을 받는 기사들을 종종 접하곤 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 부류의 족속들이 남들 앞에서는 유별나게 개인의 권리과 자유를 주창하면서 뒷전에서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못느끼면서 탈법과 탈루를 일삼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가증스런 인간들입니다. 그런 인간들은 이 땅에서 전쟁이 날 조짐이 보이면 제일 먼저 자신과 가족들을 대동하여 국외로 탈출할 인간말종들입니다.

 

 

-하계휴가 때 양산에 있는 통도사 계곡에서...

 

저는 아들에게 평소 군에 가게 되면 후방보다는 전방에 가기를 원했습니다. 이왕 군생활을 해야 한다면 군대 같은 부대에 들어가서 군생활을 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누구나가 피해 갈 수 없는 의무라면 무언가 배울 수 있고 기억에 남는 군생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군복무기간이 한창 배우고 활동이 왕성할 시기인 관계로 인생의 Loss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얻는 것 또한 많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다양한 계층과 부류의 전우들과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끼리끼리 유유상종하며 생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군이란 조직은 장군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 말단 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한 부모를 둔 자녀들도 있고, 기업체 사장의 자녀가 있는가하면 말단사원의 자녀들도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밥과 잠을 자며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폭넓은 인간관계와 의식을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의 장(場)이 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큰 아들 지훈이가 '김치~' 하는 것을 신기해서 봐라다 보고 있는 작은 아들 지성이

 

군은 감옥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견뎌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 보통의 체력과 정신력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가 견뎌낼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에게 평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곤 합니다. '군이란 곳은 인내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남은 다 버텨내는데 너만 버텨내지 못한다면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집념과 의지만 있다면 결코 군대라는 것이 사람이 생활 할 수 없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라고...

 

 

-어릴 때 제 동생 지성이 이마에 이쁘다고 뽀~해주고 있는 모습(앞머리 묶은 모습이 귀엽죠?)

 

저는 믿습니다. 우리 아들은 무사히 2년간의 군생활을 잘 마치고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군이란 곳은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내성(耐性)을 키울 수 있는 인생의 도장(道場)이기도 합니다. 더욱 강인하고 탄탄한 청년이 되어 돌아오길 기대하며 우리 아들 지훈이의 건투를 빈다.

 

                                                                                       2006년 2월 17일 -無相-

 

 

 

-프로필에 나와있는 작은 아들 지성이 사진

 

※사진에 나와 있는 두 녀석이 빵 구워놓은 듯이 서로 닮지 않았나요? 저랑도 머리카락이나 모든 모습이 저의 어릴 때와 많이 닮았다고들 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그렇게 보이시나요? 저의 사진은 블로그 글속에 꼭꼭 감춰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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